'더이상 어제의 제가 아니에요."
살면서 자랑스럽게 이런 말을 읊을 수 있는 순간이 얼마나 될까? 단순한 작심삼일의 다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자신이 변화했으며, 변화 자체가 하나의 관성을 가지면서 새로운 변화를 추동하고, 더이상 이전의 자신으로 돌아간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게 여겨지는 일련의 추세를 말하는 것이다. 최근 나는, 이런 흐름을 타고는 정신없을 정도로 바뀌는 일상 속에서 살고 있다.
시작은 온라인 학습 생태계라는 웹사이트를 방문한 것이었다. 이곳은 조한혜정 교수가 주도하는 연세대 청년문화원이 삼성 고른기회 장학재단의 지원을 받아 구축하고 있는 사이트다. 대안교육계의 커리큘럼 공유를 목표하고 있는 동시에 '몸은 공교육권 안에 있으나 영혼은 안드로메다 어딘가를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배움과 소통의 가교를 놓으려는 포부를 가진 사이트다. 얼마전 여기서 세븐데이즈라는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이것은 스스로 하나의 약속을 하고 그것을 일주일동안 지킬 수 있도록 체크하는 모듈이다. 예를들어 '하루에 한 시간 씩 독서하기'라고 써 놓고는 매일매일 O와 X를 체크하면서 느낀 바를 적고, 다른 사람들은 덧글을 달아 그의 약속을 응원하는 식이다.
이것은 변화를 만들어내고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세심하게 구현한 서비스다. 예전에 김창준씨가 애자일 블로그에서 '변화를 유지하는 법'이라는 포스트를 통해 이 비결을 설명한 적이 있다. 변화 자체를 시도하는 것은 쉽다. 여태까지 살면서 '내일부턴 하루에 두 시간씩 운동 할거야'라던지 '자정 전에 꼭 자야지'같은 다짐을 안 하고 산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그 변화를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켄트 백의 프리젠테이션을 인용하면서 일단 시작한 변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1. 약속 자체가 측정 가능하고 진행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며
('일찍 일어나기'나 '열심히 운동하기'같은 것은 측정이 불가능한 약속이다)
2. 그 약속을 다른 이들에게 널리 알려야 하고
(일단 하겠다고 공언하면 의외로 하기 쉬워진다)
3. 비슷한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시도해야 한다.
(알콜 중독자 모임이나, 조기축구 동호회같은 것이다)
새로운 웹서비스 써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 한번 시도해보았다. 시작은 세븐일레븐이었다. 올 초부터 기상시간 기록을 해 왔지만, 아무래도 일상의 루틴이 확립되지 않아 자칫하면 새벽 두세 시까지 업무나 웹서핑 등으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다가 다음날 찌뿌둥한 몸으로 일어나 중천에 뜬 해를 보며 부끄러움에 다시 이불을 뒤집어썼던 나날이 수시로 반복되곤 했다. 세븐일레븐이란 밤 열한 시가 되면 모든 일과를 중단하고 방청소와 샤워, 명상과 일기쓰기를 하고는 자는 것과, 아침 일곱 시에 일어나는 것이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세븐-일레븐이 아니라 일레븐-세븐 이 맞다. 자기전 일과를 잘 보내야 다음날 아침에 상쾌하게 눈을 뜰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븐일레븐 쪽이 경쾌하게 들리지 않는가. '세븐 일레븐♪ 새로운 생활♬'이라는 주제가까지 찾아냈다.
결과는 놀라웠다. 열한시 땡치면 정말로 독서와 업무와 전화통화와 노가리 까는 것을 중단했기에 그런 것인지, 아니면 세븐데이즈에 공언을 해 놓고 X 표시를 하기가 쪽팔려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로 아침이 되자 알람도 없이 일곱 시 오분 전에 반짝 하고 눈을 떴다. 하다보니 재미가 있어서 하루에 하나씩 약속을 늘려가기 시작했다. 하루라도 X가 생기면 새 약속 만드는 것은 거르고, 모두 지켜낸다면 약속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다음 약속은 근력운동과 스트레칭이었다. 이것 역시 어렵지 않았다. 열한 시에 일과를 중단하던 것을 열 시로 당겨 운동을 시작하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가볍게 몸을 풀어주는 정도였다. 다음은 내가 머무르는 공간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과제였다. 어디 왔다 갈 때마다 어지르고 가거나 물건들을 제자리에 못 놓는다는 주변 사람들의 불평에 시달리면서 나도 적이 괴로웠던 참이었다. 삼사 일만에 '달라진 것 같다'는 평판을 듣기 시작했다.
일단 일주일 정도 무언가를 지키기 시작하면 관성이 생기는 데다가 그동안 지켜온 게 아까워서라도 예전으로는 돌아가지 않게 된다. 그렇게 일상의 루틴이 정착되기 시작하자 자꾸 새로운 약속, 업그레이드 약속을 만들고 싶어졌다. 점점 빨라지는 일출시간의 덕을 입어 세븐-일레븐은 식스-텐으로 당겨졌고, 근력운동은 고강도 요가로 바뀌었으며, 항상성 유지는 하루에 한 군데씩 어지러운 장소를 정리해 공간의 엔트로피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한 달이 채 안되는 기간 중에 나는 새벽같이 일어나고, 매일 운동하고, 틈만 나면 청소를 하거나 잡초를 뽑고, 어딜 가든지 공간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인간이 되어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좀 당황할 정도였다.
아마도 이런 급격한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취침시간과 기상시간이라는, 일상의 가장 지배적인 루틴을 확립한 다음에 하나씩 점진적으로 변화를 시도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나의 약속을 지켜낸 에너지로 다른 약속을 만들고, 그 에너지들이 점점 양성되먹임고리처럼 작용하면서 일상 전체에 질서의 원심력을 발휘했던 것이다. 명상과 일기쓰기를 하고 자니까 일찍 일어나고, 일찍 일어나니까 시간이 많아서 자꾸 뭘 치우게 되고, 공간이 쾌적해지니까 더 잠이 잘 오는 종류의 순환고리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한번 그 흐름을 타고 나자 벗어날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물론 단순히 사이트 하나에 O와 X를 치기 시작한 것만으로 마법처럼 변화가 만들어졌던 것은 아니다. 지난 몇 달간 내 안에서 지속적으로 변화를 향한 어떤 요청이 있었고, 때마침 시의적절하게 세븐데이즈를 이용하면서 쟁여놨던 에너지가 화산 폭발하듯 치고 올라온 것일테다. 하지만 분명 계기를 제공한 것은 틀림없다. 그 계기를 유지하게 도와주고, 또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모아준 것도 분명하다.
누구든 웹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는 사회적 존재로 살아갈 수 없는 시대다. 어떤 이들에게는 웹이 단순한 돈벌이 수단이나, 킬링타임의 대체재에 불과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웹 서비스가 그 이상이 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만드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을 담는 하나의 유기체이며, 그 사람들이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만들어가는 일종의 장(場)이다. 또한 나는 웹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과 이용하는 사람 모두가 그 가능성을 추구하고 발견할 일종의 책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싸이월드 스토킹이니, 온라인 게임 중독이니, 네이버 의존증이니 하는 용어와 증상들이 성행하는 세상에 살다 보면, 인터넷은 사람들의 돈과 에너지를 빨아먹는 거대한 촉수괴물이 되어버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 마계의 한복판에서 나는, 오랫만에 청량한 산소와 신선한 미네랄을 듬뿍 나눠주는 오아시스를 하나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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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서비스에 대한 의견을 읽으며 마음이 찡,했습니다.(꼭 웹만이겠어요.)
사실 저런 마무리를 할 의도를 처음부터 가지고 쓴 글은 아니었는데, 쓰다보니까 자연스럽게 나오더라구요. 사실은 평소에 저런 생각을 해왔는지 저도 잘 몰랐어요. (행동으로 유추해보니 알긴 하겠더만요) 역시, 글쓰기는 생각을 끄집어내는 것 뿐만 아니라 생각을 형상화하는 도구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저도 동의합니다. 꼭 웹만이겠어요.
저는 십대 때 한 반년간 방을 안 치웠던 적이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정신과 상담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링크해주신 블로그 가 보았어요.
사진이랑 글이랑, 참 읽기가 즐거웠어요.
새우깡 먹는 갈매기 사진이 특히!
그런 걸 볼 때면 평소 없던 장비욕심이 새삼 치밀어오르더군요.
(셔터스피드와 배율은 내공으로도 카바가 안 되이까네...^^)
자주 들러주세요.
내 안의 무언가가 터져나오기 위해서는 지켜봐 주고, 도와 주는 사람들이 필요할 때가 있지. 윗분 말씀을 빌려(죄송합니다^^;) '꼭 웹만이겠'냐만은.
지저분한 방에서 뒹굴다가 어쩐지 좀이 쑤셔 몸을 움직이며 방을 깨끗하게 만든 직후에 이 글을 보게 돼서 더 놀랐다, 흐흐. 시의적절하게 만난 좋은 글에 감사.
난 처음 통신을 시작할 때, 이렇게까지 오래 온라인을 쓸 줄은 몰랐어. 이렇게까지 생활의 상당 부분을 장악할 줄도 몰랐고.
2000년 11월부터였는데... 아마도 고무는 그때부터 봐오지 않았나 싶은데...(아 창피해 부디 잊어줘 그때 썼던 것들은) 오프라인에서의 변화가 온라인에서의 변화도 견인하고, 그러면서 관계들이 변화하고, 또 그러면서 내 삶도 바뀌고 그러는 것 같아. 아무래도 이렇게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 나한테는 온라인의 의미가 더 각별한 것 같아.
그래도 내 기억에 고무고무는 제법 깨끗했던 것 같은데. 물건이 워낙 많아서 그렇지, 항상 물건들이 제 자리에 착착 있지 않았나. 사실 그 정도도 물건이 많으면 질서가 자연스럽게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
난 고무고무의 글도 온라인에서 보고 싶은데, 글쓰는 걸 업으로 하게 된 사람들은 남는 시간에까지 글을 쓰고 싶어하지는 않더라. 그대도 그런가요.
잘 이용해서 내 자신을 변화시켜 보겠어요~ ^^
세븐데이즈에서 변화하는 모습 기대할게요. 응원단도 하지요!
껏해야 싸이에 사진 올리는게 전부였어.
네 덕에 온라인 학습 생태계란 곳에 가입해 봤넹^^
나야나야 캬캬캬^^
몇 번이나 얘기했지만, 난 네 홈페이지를 안 봤더라면 HTML에는 손댈 생각을 못했을 거라니까.
음 나는 싸이는 안해.
나의 엄격한 '역스토킹 원칙'(내가 주로 스토킹하는 경로에 있는 나의 모든 정보를 제거함)에 따라서 싸이와 네이버는 절대 안하고, 온라인에 사진도 안 올려. 그런데 그러다보니까 학교친구들은 전부 싸이월드에 있어서 은연중 소외가... 나 일촌신청도 얼마전에 처음 해봤다? 되게 복잡하더라.
아무튼, 오랜만에 반가워요.
온라인 학습 생태계(란 말이 너무 길어서 나는 그냥 메타스쿨이라고 함..)에 니가 한줄 올린 것도 봤어. 선생님이 됐니?
저는 세븐데이즈를 정말 친한 동료들이랑 오프라인에서 시작했엇어요. 일상의 작은 경험을 나누는 소중한 동반자들...온라인 상에서도 그런 만남의 물꼬를 틀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죠.
글을 보면서 세븐데이즈 시즌2를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가요. =) 서울에 오시면 한번 뵈요. ㅋ 창준 님이랑도 우연히 시진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거든요 ^_^ 곧 인연이 닿을것 같아요!
한동안 쉬었던 데다가, 어느새 세븐데이즈에서 받은 에너지를 가지고 잘 돌려서 쓰다보니 세븐데이질을 안해도 약속이 지켜지더라고요!
새 시즌이 시작되면 또 가서 변화의 에너지를 받아와야겠네요.
창준씨에게 말씀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나이많은 남성'인줄 아셨다구요...ㅜㅜ
예전에 대학때 언론사 편집장을 했었는데, '기린'이라고 필명을 썼던 데다가 제 문체가 좀... 딱딱해서 그랬는지... 페미니즘을 싫어해서 그랬는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제가 남자인 줄 알았더라고요...
아... 정말 여성성을 계발하던지 해야지 이거 원...
아무튼 저는 좀 엄격하고 딱딱한 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여성적인 인간입니다. 남자라니, 남자라니..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