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추측과 이해 #
'그렇지 않을까'하고 추측해서 만들어낸 이야기와, 진심으로 어떤 것을 이해해서 쓴 이야기는 가진 힘이 다르다.
전자는 곧잘 독자들의 손발을 오그라들게 만들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뭔가 불편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만화를 예로 들자면 이빈이나 황미나의 만화가 그렇다. 그들의 만화가 재미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들은 (안좋은 의미로) '상상해서' 만들어낸 이야기들이다. 이빈의 만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재미있지만 살아있지 않다. 황미나의 만화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일일드라마의 캐릭터처럼 손쉽게 상상할 수 있는 것이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통속적이다.
반면에 (
팜시리즈의) 케모노기 야세이, 요시나가 후미, 김혜린의 인물들은 불가사의하게 매력적이다. 독자들은 그 인물들을 실제 사람처럼 사랑하게 된다. 그들은 살아있다.
설정의 현실성이나 비현실성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그렇게 따지면 요시나가 후미처럼 황당한 설정을 남발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그것은 작가가 인간을, 세상을 어느 정도의 깊이까지 이해하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자기 자신의 안에 얼마만큼 깊숙히 들어가 까뒤집어 봤는지의 문제이다. 그리고 감상주의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그것을 얼마나 진솔하게 드러낼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꺼낸것은 남 얘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고.
내가 당분간 - 적어도 몇년간 - 창작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이유를 밝히려고 하는 것이다.
지금의 내 인물은, 내 이야기는, 내 주제의식은 살아있지 않다.
누가 뭐라고 말해주건, 남들이 어떻게 쓰건 간에 그것은 사실이다. 20100222
2 츤데레의 진심 #
여기에 '늘 당근만 주는 사람의 채찍은 유독 모질고, 늘 채찍만 주는 사람의 당근은 유독 달다'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빈도의 문제가 아니라, 진심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자기 습관과 반하는 무언가를 할 때에는 진심이 담겨 있게 마련이 아닐까. 20100222
3 표정에 관한 메모 #2 #
나는 사람들의 표정이 어두운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표정이 제일 어두웠다.
나는 학생들이 나에게 인사를 잘 안한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인사에 제일 인색했다.
내가 먼저 웃으면서 말을 걸자
갑자기 모두가 안심한 것 같았다. 20100220
4 20대를 보내고 나서 #
10년간 꾸준하게 유지한 인연이
딱 하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밖에 안 되는 것일까
하나라도 있어서 다행인 것일까
확실한 것 하나는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는 것이다.
나처럼 잘 도망가고 숨는 사람과
십 년이나 연락하고 지내다니.
세상에. 20100220
5 효율에 대한 어떤 관점 #
세상에는 두 가지의 사람이 있다.
시간이 없어서 일을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의욕이 나야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20100205
두 가지의 사람이 함께 일하면 잘 싸운다. 20100220
.